"크윽 믿었는데..! 아저씨를 믿었는데...!"
"입닥쳐! 그 천박한 몸뚱아리가 나날이 꼴려지기나 하고 말이야..!"
차디찬 지하 창고… 가 아니라, 네온사인이 눈부시게 번쩍이는 '몸짱 헬스장' 한복판이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눈물을 글썽이는 청년 김민수(24세)와, 그를 내려다보며 프로틴 셰이커를 거칠게 흔드는 관장 박철수(48세)의 대치는 기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민수가 이토록 처절하게 절규하게 된 데에는 지난 6개월간의 기구한 사연이 있었다.
반년 전, 민수는 바람만 불어도 날아갈 듯한 극세사 몸매의 소유자였다. 그의 소원은 단 하나, '그냥 남들처럼 평범하게 마른 체형에서 벗어나 적당히 옷태 나는 슬림핏이 되는 것'이었다. 동네 어귀에 새로 생긴 헬스장에 발을 들였을 때, 민수는 인자한 미소를 짓던 박 관장에게 신신당부했다.
"아저씨, 저는 우락부락한 근육은 진짜 싫어요. 그냥 잔근육만 살짝 있게 해주세요."
박 관장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민수 씨. 저만 믿으세요. 딱 보기 좋게만 만들어 드릴게요."
그것이 모든 비극의 시작이었다.
박 관장은 전직 보디빌더 출신으로, 유전적 재능을 가진 원석을 보면 눈이 돌아가는 일종의 '근육 매니아'였다. 관장의 눈에 비친 민수의 골격은 슬림핏으로 낭비하기엔 너무나도 완벽한 보디빌딩 최적화 체형이었다. 관장은 철저하게 민수를 속이기 시작했다. "이건 코어만 잡아주는 가벼운 체조예요" 라며 시킨 것은 고중량 데드리프트였고, "피로 회복에 좋은 미숫가루"라며 매일 먹인 것은 초고열량 게이너와 마법의 비율로 조합된 단백질 보충제였다.
민수는 자신의 몸이 무언가 이상하게 변하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지만, 그때마다 관장은 "원래 붓기가 빠지기 전엔 다 그래요"라며 능수능란하게 둘러댔다.
그렇게 6개월이 흐른 오늘, 헬스장 탈의실의 전신 거울 앞에 선 민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신이 원했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슬림핏'은 온데간데없고, 셔츠 단추를 무자비하게 터뜨릴 듯한 성난 대흉근과 말발굽 같은 삼두근, 그리고 기름을 바른 듯 번들거리는 구릿빛 역삼각형 육체가 거울 속에 서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어제 새로 산 가을 니트는 팔뚝에 걸려 들어가지도 않았다.
배신감에 치를 떨며 달려 나온 민수가 관장 앞에 무릎을 꿇고 외친 말이 바로 그 첫마디였다. 자신의 청순했던 시절을 돌려달라는 민수의 절규에, 더 이상 본색을 숨길 필요가 없어진 박 관장은 흐뭇함과 광기가 섞인 눈빛으로 민수의 광배근을 훑어보며 본심을 내뱉었던 것이다.
"자, 울지 말고 덤벨 들어. 네 등 근육이 지금 날개 달아달라고 울부짖고 있잖아."
관장의 손에 들린 40kg짜리 덤벨을 보며, 민수는 다시 한번 눈물을 삼키며벤치에 누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몸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미 프로 보디빌더의 길을 걷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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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믿었는데..! 아저씨를 믿었는데...!"
"입닥쳐! 그 천박한 몸뚱아리가 나날이 꼴려지기나 하고 말이야..!"
국경 지대의 낡은 산장, 모닥불이 타닥거리며 붉은 그림자를 드리운 바닥 위였다. 찢어진 실크 슬립 차림으로 거친 양탄자 위에 주저앉은 제1왕녀 엘리제는 수치심과 배신감에 입술을 깨물며 흐느꼈고, 그녀의 두 손목을 가죽 벨트로 묶어 쥐고 내려다보는 노련한 말단 기사 로건(42세)의 눈빛은 굶주린 짐승처럼 번들거렸다. 왕국의 고귀한 백합이라 불리던 그녀가 어쩌다 이 투박한 중년 기사의 손아귀에서 천박한 열기를 뿜어내는 신세가 되었는지, 그 전말은 두 달 전 왕성 함락의 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군의 화염이 왕성을 집어삼키던 밤, 열아홉 살의 엘리제 공주를 구해낸 것은 근위대장도, 화려한 성기사도 아닌 마구간 옆 초소를 지키던 만년 말단 기사 로건이었다. 평생 검술과 잡무로 다져진 그의 투박한 손이 공주의 가녀린 허리를 감싸 안아 성벽 밖으로 빼돌렸을 때, 엘리제에게 그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자 아버지 같은 든든한 방패였다.
"전하, 숨을 죽이십시오. 제 목숨이 붙어 있는 한 털끝 하나 다치지 않게 남부 동맹령까지 모시겠습니다."
그 우직한 목소리에 엘리제는 모든 경계를 풀고 자신의 운명을 온전히 그에게 의탁했다.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평생 귀족 아가씨들의 거만한 뒤통수만 보며 살아온 이 노회한 용병 출신 기사에게, 온실 속 화초였던 공주의 무방비한 육체가 어떤 뒤틀린 정복욕을 자극하고 있었는지를.
도피 행군이라는 명목 아래, 로건의 치밀하고도 농밀한 계획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는 '평민으로의 위장'이었다. 그는 추격대의 눈을 피해야 한다며 공주의 화려한 코르셋과 겹겹의 속옷을 모두 불태우고, 살갗이 반쯤 비치는 얇은 리넨 셔츠 한 장만을 입혔다. 거친 마차가 흔들릴 때마다 속옷조차 입지 않은 공주의 봉긋한 가슴이 셔츠 아래에서 아슬아슬하게 출렁였고, 땀에 젖은 천이 허벅지와 엉덩이 굴곡에 달라붙어 왕성에서는 상상조차 못 할 관능적인 실루엣을 드러냈다.
두 번째는 '마력 은폐와 해독'이라는 거짓 처방이었다. "추격대의 탐지 마법을 피하려면 매일 밤 체온과 체취를 다스려야 합니다, 전하." 로건은 북부산 특제 약초 오일이라며 정체불명의 향유를 가져와 매일 밤 공주의 전신을 직접 마사지했다. 사실 그것은 남부 암시장에서 유통되는 최음 성분이 섞인 미약 오일이었다. 거칠고 굳은살 박인 아저씨의 손바닥이 공주의 매끈한 목선부터 쇄골, 봉긋한 가슴 아랫부분과 잘록한 허리를 지나 허벅지 안쪽 깊숙한 곳까지 집요하게 쓸어내릴 때마다, 엘리제의 입에서는 저도 모르게 뜨거운 한숨이 새어 나왔다.
처음에는 기사로서의 충성스러운 간호라 믿으며 수치심을 참아내던 공주였지만, 날이 갈수록 그녀의 몸은 로건의 손길을 기억하고 반응하기 시작했다. 약초 오일에 절여진 피부는 작은 마찰에도 붉게 달아오르며 민감해졌고, 성에서는 핏기 없이 창백하고 마르기만 했던 소녀의 몸은 거친 야외 생활과 밤마다 이어진 농밀한 마사지 끝에 땀과 오일로 매끄럽게 윤기가 흐르는 성숙한 여체의 굴곡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폭우가 쏟아지던 오늘 밤, 산장에 도착한 엘리제는 마침내 결정적인 사실을 알아차렸다. 로건의 배낭 속에서 우연히 떨어진 오일 병의 라벨에 '고급 창관용 미약'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지난 두 달간 밤마다 자신의 아랫배를 뜨겁게 달구고, 아저씨의 거친 숨소리에 허벅지를 비비며 잠 못 들게 만들었던 그 이상야릇한 열기가 마력 은폐 따위가 아니라 철저한 조련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오늘 밤 로건이 바른 오일의 농도는 평소보다 몇 배는 진했다. 약기운이 온몸에 퍼져 허리가 저절로 휘어지고, 얇은 슬립 위로 유두가 단단하게 솟아올라 천을 찌를 듯이 자기주장을 하는 와중에, 배신감에 치를 떤 공주가 눈물을 터뜨리며 외친 것이 바로 그 절규였다.
"크윽 믿었는데..! 아저씨를 믿었는데...!"
"입닥쳐! 그 천박한 몸뚱아리가 나날이 꼴려지기나 하고 말이야..!"
로건은 더 이상 충직한 기사의 가면을 쓰지 않았다. 그는 거칠게 갑옷 상의를 벗어 던지고, 빗물과 미약 오일이 뒤섞여 관능적인 분홍빛으로 달아오른 공주의 허벅지 사이로 무릎을 밀어 넣었다. "처음 성에서 빼돌릴 땐 부러질 것 같던 계집애 몸이, 이제는 내 손길 한 번에 이렇게 꿀을 흘리는 암컷으로 영글었는데 어딜 가겠다는 겁니까, 전하." 로건의 굵은 손가락이 젖어든 슬립 자락을 거칠게 젖히자, 엘리제는 머릿속으로는 저항해야 한다고 외치면서도 이미 두 달간의 손길에 길들여진 육체가 본능적으로 그의 두꺼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뜨거운 신음을 토해내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동맹령까지의 거리는 아직도 아득히 멀었고, 산장의 밤은 이제 막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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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문장으로 아르곤에게 지하철에서 읽을 단편소설 작문해달라고 했는데 그냥 결과물이 어이없어서 올려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