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시대도,
부모도,
재능도,
외모도,
부와 명예도.
심지어 자네가 살아갈 세계마저도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지.
자, 눈을 감고—
자네가 꿈꾸는 최고의 삶을 떠올리게.
내가 그 삶으로 보내 주겠네.
……잠깐
아니……?
이 기록은 대체…….
믿을 수가 없어……!
자네는 이미 이곳에 온 적이 있네
한두 번이 아니야.
수천 번……
수억 번……
아니.
수조 번도 넘어.
자네는 이미 셀 수 없이 많은 삶을 선택했네.
세상의 모든 부를 손에 넣은 삶도,
역사에 이름을 남긴 삶도,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삶도,
단 한 번의 고통조차 없는 삶도.
자네가 원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이미 끝까지 살아 보았어.
그런데 마지막에는……
지금 자네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삶을 선택했네.
……이상하군.
수조 번의 선택 끝에 고른 삶이
어째서 하필 지금의 삶이지?
게다가 마지막 기록에는
자네가 직접 남긴 요청까지 있네.
「이전의 모든 기억을 지워라.」
……아.
그렇군.
그런 거였어.
이제야 알겠네.
자네가 왜 모든 기억을 지웠는지.
그토록 많은 삶을 살아 보고도,
왜 마지막에 이곳으로 돌아왔는지.
그 이유는……
……아니.
내가 말해서는 안 되겠군.
어쩌면 자네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까지도
이미 계획의 일부였을 테니.
나는 자네의 선택을 믿겠네.
수조 번의 삶을 거친 자네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세계라면,
분명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가 있겠지.
이제 나는 사라지겠네.
앞으로 무엇을 보게 되더라도,
무엇을 잃게 되더라도,
부디 끝까지 이 삶을 살아가게.
수많은 세계가 무너지고,
수조 개의 가능성이 사라진 뒤에도,
끝내 이곳으로 돌아온 자여.
모든 평행차원이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은 존재.
우리 모두의 마지막 ‘희망’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