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하!
작년 겨울 즈음이었습니다. 원래는 커피를 직접 사서 마시는 저는 퇴사 후 게을러지는 바람에 배달을 자주 시키게 되었고, 그날도 눈을 뜨자마자 이불을 퍽 차며 아우 귀찮다! 하며 배민을 켰습니다.
저만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평소에 아아나 콜드브루만 마시던 사람이 이상하게도 배달 어플 메뉴판만 쳐다보면 다른 메뉴가 땡겨 오늘은 너다! 하고 달달함이 가미된 라떼를 주문했죠.
침투부를 시청하며 뒹굴거리던 와중 배달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왔고 저는 까치집을 한 채 포장을 뜯어 음료를 마셨습니다.
화려한 카페 경력의 소유자인 저는 음료를 마시고도 뭔가가 잘못 되었는지 금방 알아차리는 경지에 이르렀는데요. (예를 들면 재료가 맛이 갔다~ 와 같은..)
라떼를 한입 마시며 목구멍으로 넘어가기 직전, 갑자기 다가온 혀를 감싼 청량한 기운에 저는 예나 선정이 딸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처럼 싱크대로 가서 라떼를 뱉어버렸습니다.

‘라떼에서 탄산이 느껴진다? 내가 주문한 라떼는 연유가 가미된 콜드브루인데? 그럼 뭐가 잘못됐지? 우유? 콜드브루? 연유? 얼음? 얼음도 상하나?‘
평소 머리카락이 음식에서 나와도 대수롭잖게 먹는 저와 달리 커피를 마시는 자아는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아 매장에 바로 전화를 했습니다. 그리고 정중히 여쭤보았죠.
“혹시.. 여기 라떼에 탄산수가 들어가나요..?“
마음속으로는 스스로에게
‘라떼에 탄산수가 들어가겠냐 미친놈아‘
하고 외쳤지만 무작정 따지기에는 그들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을 설명했습니다.
직원분의 잠시만요와 함께 곧이어 사장님과 직접 통화를 하게 되었고, 저는 라떼에서 탄산 맛이 난다고 살짝 돌려서 얘기하려다 결국 재료가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직설적 발언을 하였습니다.
사장님은 곧바로 다시 만들어주신다 했고, 저는 믿음을 가지며 마셨던 라떼를 집밖으로 내놓기 전에 저 역시 카페 종사자였음을 어필하며 나와 같은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함을 호소하는 쪽지를 함께 적어 두었죠.
뒤이어 다시 라떼를 만들어 직접 배달해주신 사장님의 노고에 보답하듯 저는 랩핑 포장지를 뜯은 뒤 빨대를 꽂아 잘 저어 라떼를 마셨는데
‘어?‘

예 그렇습니다. 연속으로 상한 라떼에 당첨되었습니다. 차라리 이 정도면 나가서 직접 따지고 싶었으나 사장님의 안절부절하는 말투가 저의 마음을 자꾸만 파고들어 도저히 직접 가기가 힘들더군요. 솔직히 직접 가기도 귀찮았지만요ㅋ
그렇게 다시 전화를 걸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사장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라떼… 괜찮으신가요..?“
“…아니요….?“
저는 짧은 공백과 함께 읍소할 지경으로 사장님에게 대답했고, 사장님은 자기도 음료를 마셔보았다며 저와 똑같은 현상을 겪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재료에 문제가 있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 뒤 어느새 사장님과 협심하여 이번에는 꼭! 제대로 된 라떼를 마시기로 했습니다.
마침내, 기다림의 끝에 또 라떼가 배달이 되었습니다.
‘오이오이! 네가 마지막 라떼다!‘
그렇게 온 우주의 기운을 불어넣어 탄생한 라떼를 한모금 입안에 머금자마자 저는 실성하게 되었습니다.

“히히 잘가라“
예. 그들은 전혀 저의 말을 듣지 않았나 봅니다. 뉴런을 탁 치는 탄산의 청량함과 시큼함이 또 제 입속으로 들어오고 만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하수구 속으로 라떼를 보내주었고, 후에 걸려온 사장님의 마지막 전화에는 커피 맛은 그대로고… 재료를 꼭 검토하시길 바란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 카페를 들어가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집에서 카누를 타 마셨습니다…
추후 다른 지점에서 동일한 메뉴로 마신 결과, 저의 입맛이 틀리지 않았음을 셀프로 증명하였고… 때로는 강인한 주장도 필요하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던… 저의 썩은 라떼 고행기였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