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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과 같은 참호에서 생활한 우크라이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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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점 | 개드립 단독 화제 · 원문 조회 1.3만 · 댓글 33
키워드 |     
언급도 | MLB파크(12), 루리웹(9), 더쿠(2), 뽐뿌(2), 클리앙(2), 보배드림(2), DVDPrime(2), 이토랜드(1), 개드립(1)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war&no=4871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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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사 출신의 34세 바딤 리에투노프(Вадим Летунов)는 참호 속에서 매일 6~7시간 동안 러시아군의 드론과 박격포 사격을 버티며 싸웠다. 어느날 러시아군은 대전차 지뢰를 탑재한  드론을 투입하여 그가 있던 참호선을 날려버렸다. 모든게 산산조각났고 그의 동료는 두 다리가 절-단되어 전사했다. 폭격이 계속되자 참호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거라고 직감한 리에투노프는 자신의 장비도 챙기지 못하고 참호를 탈출했다. 계속 달리던 그는 수목선 아래에 있는 다른 진지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누군가 있었고, 리에투노프는 자신의 소속과 관등성명을 댔다. 그러자 그 자는 소총을 겨누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그는 러시아군이었다. 리에투노프는 '당신은 우리 편이 아니죠? 제발 날 죽이지 마세요'라고 부탁했다.

 

자신을 니키타(Нікіта)라고 밝힌 러시아군은 리에투노프를 계속 겨누며 어느 좁은 개인호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그는 '넌 총이 없으니까 쏘진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정신이 살짝 이상해 보였지만 목에 나무판자 조각으로 만든 십자가를 걸고 있었다. 십자가에는 '구원하고, 보호하소서 (Спаси и сохрани, 시편 140:1)'라고 적혀있었다. 

 

 

적과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최전선의 무인지대는 25km로 넓어져서 보병간의 교전은 없었으나 드론들이 날아다니며 살아있는 모든 것을 공격했다. 그들은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였다. 리에투노프는 참호를 나가 우크라이나군 진영으로 갈 수 있었지만 다리를 다쳤고, 니키타는 그 진지를 사수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니키타는 자신이 마79약 중독자이며, 중독 클리닉에 입원해 있을 때 모병 당해서 전선으로 오게됐다고 털어놓았다. 한번은 탈출했다가 붙잡혀서 다시 끌려왔고, 그의 지휘관인 체첸인은 후방에서 무전기로 명령만 내리고 코빼기도 비추지 않았다.

 

참호 안 곳곳에는 러시아 어린이들이 보낸 위문편지가 붙어있었다. 내용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니키타 역시 러시아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곧이 곧대로 믿고 있었다. 그는 러시아군이 세계 최고의 군대이며, 자신이 파시스트들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여겼다. 그는 리에투노프에게 'NATO가 지급한 비밀 GPS 추적기는 어디 있냐'며 물어보았다.

 

하루에 한번씩 어디 편인지 모를 드론이 작은 봉투를 떨어뜨려 줬는데, 그 안에는 메밀죽과 잼, 물병이 들어있었다. 대부분은 니키타가 먹어치웠지만 리에투노프에게도 일부를 나눠줬다.

 

니키타는 가끔씩 감정기복이 심해졌다. 리에투노프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며 '죽967여-버리겠다'라고 말하곤 했으나 이내 총을 내려놓고  구석에 가서 쭈그려 앉았다. 다리 부상이 심해져서 발가락에 괴저가 오자, 리에투노프는 니키타에게 군번줄을 주며 자신을 쏴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니키타는 오히려 화를 내며 거절했다. 

 

둘은 양 측의 일상을 이야기하곤 했는데, 리에투노프는 러시아군의 상황이 우크라이나군보다 훨씬 더 열악하다는 걸 알았다. 니키타는 자신의 부대가 항상 식량이 부족했으며, 빗물을 받아 마시거나 소변을 마셔야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리에투노프는 우크라이나군의 보급상황을 말해줬다. 니키타는 부럽다는 듯 호기심을 보였고 포로가 되면 어떻게 되는지도 물었다. 리에투노프는 tv에서 봤던 포로수용소 다큐멘터리를 떠올리며 항복하게 되면 세끼 식사와 담배, 잠자리를 제공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다가 며칠 동안 드론이 아예 오지 않아서 먹을 것이 떨어지게 됐다. 둘은 상의 끝에 드론이 자주 지나다니는 곳으로 나가서 도움을 청하자고 결론 내렸다. 아무래도 러시아군보다는 우크라이나군 드론의 숫자가 더 많으니까 리에투노프가 판자에다가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써서 나무에 걸어놨다.

 

이윽고 우크라이나군 드론 1대가 다가왔다. 리에투노프는 판자를 가리키며 자신은 우크라이나군이라고 외쳤지만 드론은 그들을 러시아군이라고 착각하여 돌진 해왔다. 하지만 다행히 나뭇가지에 걸려서 추락했다. 곧바로 다른 드론이 날아왔는데, 이번에는 리에투노프가 자신들 편이란 걸 알아보고선 무전기를 하나 떨어뜨려줬다. 무전기 반대편의 우크라이나군 지휘부는 리에투노프의 상황을 듣더니 이해하지를 못했다. 리에투노프는 '자신이 그에게 포로로 잡혀있으니까 그의 비위를 맞춰줘야 한다'고 알렸다. 

 

우크라이나군은 그들에게 식량과 담배가 담긴 봉투를 여러개 보냈다. 리에투노프는 그것들을 먼저 니키타에게 양보했다. 

 

'이것도 일종의 심리전인가? 하긴, 인간은 배가 부르면 관대해진다지?'

 

니키타는 의심스러워하면서도 그 음식을 받았다. 반대로 러시아군 드론은 TNT 한 묶음을 투하했다. 같이 들어있던 쪽지에는 우크라이나군이 지나다니는 길목에 부비트랩을 설치하라고 적혀있었다. 니키타는 고민하는듯 했다. 리에투노프는 그가 명령에 따를지, 아니면 우크라이나군에게 항복할 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니키타는 결국 TNT를 설치하지 않았다.

 

약 2주가 지나자, 안개가 잔뜩 낀 아침을 틈타 우크라이나군 장갑차가 그들이 있는 진지 앞에 도착했다. 둘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와 장갑차에 올라탔다. 니키타는 소총을 든 채로 올라타서 우크라이나군들이 놀랐다. 리에투노프는 그가 저항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니키타는 조금 망설이더니 이내 총을 버리고 순순히 항복했다. 여단본부에 도착하자 리에투노프의 동료들은 그의 귀환을 환영했다. 그는 여단 지휘부를 만나서 니키타를 잘 대우해달라고 부탁했다.2시간 뒤 SBU 요원들이 와서 니키타를 심문하더니 데리고 갔다. 그는 이제 포로 수용소에 있을 것이다. 어쩌면 포로 교환으로 러시아에 돌아 갔을 수도 있다. 리에투노프는 괴저로 인해 엄지 발가락 하나를 잃었지만 살아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