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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에 돗자리 깐 노인들…"공항철도 타고 피서 왔다"

 

 

캐리어 대신 과일 봉지 들고 늦은 오후까지 산책·낮잠
와이파이·충전·화장실 공짜…"공공시설, 퇴거 요구 없어"
4일 오후 찾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여행용 캐리어를 끄는 승객들 사이로 부채를 부치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2026.8.4/뉴스1

4일 오후 찾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여행용 캐리어를 끄는 승객들 사이로 부채를 부치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2026.8.4/뉴스1
4일 오후 찾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여행용 캐리어를 끄는 승객들 사이로 부채를 부치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2026.8.4/뉴스1(인천=뉴스1) 박소영 기자
4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하 1층. 캐리어 바퀴가 쉴 새 없이 오가는 통로 한쪽에서 노인들이 부채를 부치고 있었다. 여행객들이 각자의 비행시간을 향해 서두르는 동안, 이들은 벤치에 등을 기대고 느긋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목적지는 공항이었지만 여행을 온 것은 아니었다. 연일 계속된 폭염을 피해 하루를 보내러 온 사람들이었다.

벤치에는 70~80대로 보이는 노인 여러 명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기둥 옆 바닥에는 돗자리가 펼쳐졌다. 그 위에 몸을 누인 사람도 있었다. 손에 든 것은 캐리어가 아니라 작은 가방과 비닐봉지였다. 봉지 안에는 복숭아 등 과일이 담겨 있었다. 이들은 집에서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고, 이야기를 나누다 잠시 눈을 붙였다.

이곳에서 만난 A 씨는 공항을 "걷고 쉬기 좋은 곳"이라고 했다.

그는 "공항은 넓어서 가만히 앉아만 있을 필요가 없다"며 "밖에서는 너무 더워 걷기 힘들지만 여기서는 천천히 산책하며 운동도 하고, 힘들면 바로 앉아 쉴 수 있다"고 말했다.

폭염이 공항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누군가에게 공항은 여행의 출발점이지만, 이들에게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거대한 실내 피서지였다.

노인들이 공항을 찾는 이유는 냉방만이 아니었다. 터미널 곳곳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고 휴대전화 충전시설과 화장실도 가까웠다. 무엇보다 넓은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오랜 시간 머물러도 돈을 쓸 필요가 없었다.

A 씨 옆에 앉아 있던 한 노인은 백화점이나 카페보다 공항이 마음 편하다고 했다.

그는 "백화점이나 카페에 가면 아무래도 돈을 써야 할 것 같지 않으냐"며 "공항은 그냥 앉아 있어도 되고, 화장실도 가깝고, 물도 마실 수 있다. 더운 날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공항에서 보내는 시간은 짧지 않았다. 일부 노인은 오전 9시쯤 도착해 오후 늦게까지 머문다고 했다. 바깥 열기가 한풀 꺾일 무렵에야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공항까지 오는 길에도 큰돈이 들지 않는다. 수도권의 만 65세 이상 노인은 우대용 교통카드를 이용해 공항철도 일반열차를 무료로 탈 수 있다. 공항철도 한 번이면 환승 없이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의 노인들도 만날 수 있었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하 모습.2026.8.4/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하 모습.2026.8.4/뉴스1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지하 모습.2026.8.4/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