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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마흔 아재가 기억하는 재수학원생 시절 이야기

SUMMARY
시작점 | 침하하 단독 화제 · 원문 조회 469 · 댓글 2
키워드 |     
언급도 | MLB파크(2), 루리웹(1), 딴지일보(1)

 

 

2007년, 한국 강원도와 경기도 근처 어느 기숙학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 일련의 사건들은 내가 재수 생 시절 약 8개월 동안 같은 장소에서 각기 다른 사람들이 겪은 이상한 일들을 순서대로 정리하였다.

이야기 중에는 내가 알지못하는 일들도 사람마다 있었을 것이나

당시 그 학원을 다녔던 모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기억들이다.

현재 해당 학원은 이름을 바꿔 영업 중이다가 현재 휴업 중인 것으로 확인했는데 소재와 이름은 밝힐 수 없음을 양해 부탁드린다.

이 이야기를 이어가기 위해선 학원의 구조부터 알아야 한다.

학원의 구조

큰 대로에서 산쪽으로 난 길을 따라 긴 오르막을 오른다.

오르막의 끝에 큰 양 철문을 지나면 커다란 운동장과 그 옆 길을 타고 올라가는 포장 도로가 있고

앞 쪽에 가로로 긴 4층 건물 즉 학습동이 있고 그 뒤로 난 오르막 길로 올라가면 5층 건물인 숙소동이 있다.

운동 장에서 학습동으로 올라가는 길목엔 왜 있는지 모를 방치된 수영장과 흡연장, 그리고 임시 수면실 용도의 컨테이너 박스가 있다.


2007년 2월

학습동 2층 강의실에서 수학수업 중이다. 수학 샘은 올해 처음 이 기숙학원에 강사로 취직한 분이다.

학원의 위치가 본인이 살고 있는 집에서 멀어, 가끔 숙소동 5층에 자리한 당직 실에서 잠을 잔다고 한다.

오늘 같이 아침 일찍 수업이 있는 날인 어제, 샘은 5층 당직실에서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누웠다.

아내와 통화와 문자를 주고받고 잠을 청하려는데, 학습동에서 숙소동으로 올라오는 오르막 길에서 3~4명의 여자들이 떠들며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시간은 밤 11시가 넘었고 학생들은 10시 20분이면 취침 소등 후 밖에 나갈 수 없다.

선생님은 학습동 쪽 창문을 열고 내다보았고, 제각기 평범한 옷차림을 한 4명의 여자들이 깔깔대며 숙소동으로 올라오고 있더라.

야! 너네 뭐야! 왜 밖에 있어!라고 부르니 그 여자들이 일제히 샘을 쳐다보곤 아무 말 없이 숙소동으로 올라왔다고 했다.

샘은 좀 멋쩍어져서 다시 침대에 누워 잠들었고, 다음날 생활주임 격인 당직샘에게 이 사실을 알렸으나, 그럴리가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한다.

학습동도 숙소동도 그 시간이면 모두 외부로 드나는 출입문을 자물쇠로 잠근다고


2007년 4월 늦은 오후, 하늘이 퍼렇게 변하는 무렵

학습동 옆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는 2층 침대가 ㄱ자로 붙어있는 임시 휴게실이었다.

숙소로 올라가긴 좀 그렇고, 공부 중에 몸이 안좋거나 짤막한 휴식이 필요하면 오는 곳이다.

수업은 보통 낮시간에 모두 끝나고 저녁식사 전까지는 자율 자습시간인지라 우리 3명은 취침실에서 노닥이며 놀고 있었다.

그때, 학원 입구 쪽 산길에서 여자의 긴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는데, 마치 이 여자가 우리가 있던 휴게실 쪽으로 뛰어오며 지르는 소리인 것처럼 꺄아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점점 가깝고 크게 들려오다 뚝 그쳤다.

우리 셋은 서로를 쳐다보며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얼어있었다.

한참을 있었을까, 우리 중 가장 덩치가 큰 친구가 밖으로 나간다.

하늘은 파랗게 땅거미가 내려오고 있었고,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우리는 어기적 거리며 학습동으로 들어갔다.


2007년 5월, 긴팔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던 계절, 학습동 자습이 끝난 저녁 8시 30분 쯤

학습동의 정문 입구를 나오면 운동장이 내려다 보인다. 운동장의 양 끝엔 침침한 조도의 조명이 각 한 개씩 설치되어 있다.

한 친구가 학습동 출입문 앞에서 운동장을 우두커니 내려다 보고 있다.

한참을 그러고 있길래 물었다.

왜그래?

친구가 나를 천천히 돌아보며 말한다.

운동장 한 쪽 끝에서 샌들을 신은 남자 꼬마애가 반대쪽으로 뛰어가는데, 사라졌다고.

내가 뭘 본 건지 모르겠어서 그 남자애를 다시 찾기 위해 계속 운동장을 내려다 보고 있다고 했다.

나도 한참 운동장을 내려다 보았지만 보이는 건 없었다.


2007년 8월, 날씨가 절정으로 더워졌다

학습동의 맨 윗층은 양 옆이 창문으로 둘러진 거대한 열람실이다.

자율학습을 위한 칸막히 책상이 가운데 복도를 기점으로 양옆으로 채워져 있다.

주말엔 학습동에 수업이 없어 관원 모두가 자율학습실에서 자습을 한다.

창가쪽에 자리를 잡은 한 친구가 책상 위에서 엎드려 잠이 들었다.

한참을 자다가 깨어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숙소동 창문들을 본다.

침대에 걸려있는 가방들이 보일 정도로 멀지 않다. 한 20~30m 정도된다.

무심코 층수와 호실 수를 세어, 자기가 지내고 있는 4인실 방을 찾는다.

그곳에 자기가 쓰는 1층 침대에 한 여자가 앉아있는 것이 보였다고 한다.

우리가 입는 똑같은 활동복에 머리는 단발 정도 기장의 검은 머리.

우리 방에는 저런 머리가 친구가 없는데, 쟤는 누군데 내 침대에 앉아있나 생각하다가 지금 시간에는 특별한 이유 없이 숙소동에 들어갈 수도 없거니와 자기 방, 자기 침대에 앉아있다는 생각에 점점 무서워 졌다고 한다.

침대에 앉아있던 그 여자가 갑자기 자기 머리를 잡아 쥐어 뜯기 시작했다고 한다.

진짜 머리가 빠지는지는 보지 못했지만, 정말 손으로 잡고 있는 힘껏 뜯었다고 한다.

A는 너무 무섭고 당황해서 소리도 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다시 엎드리고 눈을 꼭 감았다.

한참이나 지나고 조심스럽게 숙소동을 돌아보았을 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2007년 8월, 남자와 여자아이들이 서로 시끄럽다

숙소동의 2~3층은 남자 숙소이고 4층은 여자 숙소로 층 별로 성별이 나뉘어져 있다.

오르내리는 계단은 복도의 정 가운데에 나있다.

계단과 가장 가까운 호실에 지내는 남자 학우가 자던 중 목이 말라 방을 나와 생수기에서 물을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그때 계단에서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들렸고 B는 이 밤에 누가 구두를 신고 숙소에 오나? 싶어 상체만 기울여 바로 옆 계단 쪽을 보았다고 한다.

빨간색 힐이 었고, 이미 3층을 올라 4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올라가는 구두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어둠이 눈에 적응되어갈 때 사람의 형체는 없고 소리를 내는 것은 빨간 구두와 흐릿하게 보이는 하얀 발과 다리였다고 한다.

그는 자고 있던 룸메를 모두 깨웠다.

다음날, 선생님들을 포함한 모두가 이 사실을 알게되었으며 여자들은 그럴리가 없다 헛것을 봤다 귀신이 있다 난리가 났다.

당연하게도, 생활감독 선생님은 여학생의 늦은 무단 외출을 의심하여, 여학생들의 방을 모두 뒤져 힐을 찾았으나 발견할 수 없었다.

그때 이후로 밤마다 숙소 복도에서 구두소리가 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2007년 10월, 정기 외박일

우리 학원은 매월 주말 1박 2일에 외박할 수 있는 월별 휴가일이 있다.

이 날엔 대부분 부모님이 학원으로 학생을 데리러 오거나 학생들과 동승자를 모아 택시를 함께 타고 시내 버스정류장으로 나가 집에 다녀오기도 한다.

학원에 있던 시간이 길 수록 그리고 수능일이 가까워 질 수록 휴가일에도 학원에 남아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있다.

그 중 학원에 남기로 한 삼수생 형이 겪은 일이다.

2층 침대가 두 개 있는 4인실 이었고, 삼수생 형과 한 룸메는 PMP로 함께 영화를 보다가 잠에 들었다고 한다.

새벽즈음 형이 잠에서 깨었는데, 방 한 가운데에 한 남자 꼬마의 형태가 있었다고 한다.

꼬마는 무릎을 양 팔로 감싸안고 쭈그려 앉아 있었다고 한다.

형이 누운채로 아무말도 못하고 그 꼬마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윽고 꼬마가 천천히 일어나 반대편 침대, 룸메가 누워있는 침대로 뛰어가며 그대로 그의 몸과 벽을 통과해 사라졌다고 한다.

형은 그대로 다시 누워 꼬박 밤을 샜고, 사람들이 모두 돌아오기 전까진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했다.

같은 방 친구가 무서워서 퇴소해버릴까봐 두려웠다고 한다.


2007년 10월, 나도 보게되었다

당시 수능일은 11월 15일이었다.

10월 초부터 절반 정도의 원생들이 퇴소한다.

나는 10월 말일까지 학원 있다가 서울집으로 돌아가기로 되어있었고, 나는 당시 너른 4인실을 혼자 쓰고 있었다.

대열람실에서 자습을 하고 숙소 방에 돌아와 잠을 자다가 가위에 눌렸다.

피곤할 때 종종 가위에 눌렸던 터라 별 생각 없이 풀려나기 위해 고개를 좌우로 세차게 흔들고 몸을 움직이려 했다.

당시 내 침대 자리는 1층이고 바로 문 앞 자리, 발 방향으로 방 출입문이 있었다.

문 위에는 시계가 있었는데 새벽 4시 21분 쯤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출입문 아래에는 약 5cm 정도의 틈이 있었고, 복도의 불이 환하게 켜져있는 것이 보였다.

한참 몸을 움직이려는데, 방 문 앞에 누군가 걸어와 서는 것이 틈 사이로 보였다.

두 발이 만드는 그림자가 보일만큼 복도는 환했다.

천천히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오고 어두운 방으로 복도의 빛이 비춘다.

익숙한 실루엣의 생활주임 선생님이었다.

반 무테 안경에 은색 프레임, 왁스를 대충 발라 왼쪽으로 넘긴 머릿결, 정장 바지와 흰색 트레이닝 점퍼에 구두를 신었고 여느때 처럼 뒷짐을 지고 입을 삐죽 내밀고 선다.

수능이 가까워지는 시점부터는 선생님들이 자주 순찰을 돈다.

애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방 안에서 담배도 피고 외부 음식도 시켜먹는 등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그 생활주임 샘과 친했다.

그래서 문을 슬 열고 들어오는 샘을 쳐다보며 몸을 움직이며 소리까지 냈다.

가위 눌렸으니까 풀어달라고 가위…가위…!라고 입술을 움직여 말했다.

그런 나를 보았는지 방안을 둘러보던 샘이 나를 휙 보고는 뒷짐을 진 자세로 방으로 들어와 몸을 기울여 내 얼굴을 쳐다보았다.

근데 이 샘이 현관에서 신발도 벗지 않고 방에 들어와서, 나는 다시 신발…신발…이라고 소리를 냈다.

그러다 가위가 풀렸고 나는 신발!이라고 소리치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 순간 눈앞에 있는 샘이 바람에 쓸려가는 모래처럼 분해되어 하늘로 사라졌다.

나는 멍해져서 한참을 그 상태로 침대에 있었고, 문도 그대로 열려있었다.

침대에서 겨우 내려와서 바로 오른쪽 호실에 있는 친구에게 기어가 흔들어 깨웠다.

지금은 어른이 된 후에 사회에서 만난 그도 그때를 회상하면 웃으면서도 신기해 한다.

대학진학 후, 그 학원이 다시 생각나 찾아갔을 때 그 샘을 다시 만났다.

가위 눌렸을 때 왜 날 안깨웠냐면서 묻고 헛소리한다고 웃어 넘기고.

지금에서야 모두 웃어넘길 수 있는 기억들이다.

평생 이해할 순 없겠지만.


이후 알게된 것들

매년 학원에는 이런 일을 겪고 퇴소까지 하는 학생들이 있었다고 한다.

선생님들도 이런 이상한 현상과 소리를 종종 들었다고 하며, 그들조차 남자 아이와 구두를 신고다니는 여자 귀신이 학원을 돌아다닌다고 했다고.

학습동 1층 한 켠엔 식당이 있고, 매일 아침 급식 업체 이모들이 밥을 하러 온다.

아침 5시 쯔음 출근하고 밥을 준비하는데, 가끔 식당 한 가운데 테이블에 남자 학생이 먼저와 앉아있었다고 한다.

학생, 아침 점호(매일 아침, 운동장에 모여 한 바퀴 돌고, 체조를 한다)하고 왔어?라고 물어보면 네 - 하고 대답하고, 다시 보면 없다고 한다.

지극히 평범하게 생겼다고 한다.